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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고통

합리성(Rationality)이 사라지는 세상, 마이너스 유가 실화냐?

아니 이게 말이 되나? 비트코인도 아니고 내재가치가 있는 상품이 0원도 아니고, 마이너스라니? 

우선 우리는 WTI가 뭔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습니다. 

 

기름이라는게 뭐 한 나라, 한 대륙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죠? 기름은 결국 썩은 공룡들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공룡들이 한 대륙에서만 서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 석유는 흩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없는거지?

 

하여튼 각설하고,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 의 약자로 그냥 텍사스에서 나는 원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질유(中質油)라는 표현도 가끔 쓰기는 하는데, 이 표현은 잘못된 것이 뭔가 '중질' 이라고 하면 그렇게 좋은 질의 원유가 아닌거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WTI, 즉 텍사스산 원유는 세계 3대 원유 중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양질의 석유이기 때문에 중질유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참고하실 수 있는 관련 기사를 첨부합니다: 

 

'WTI는 중질유 아닙니다'

국제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는 WTI를 미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中質油)'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27일 한국석유공사와...

www.busan.com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용어 사전에 실수로 잘못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하고 "'Intermediate'를 지리적 개념의 '중간'으로 이해해서 서부 텍사스 중심지에서 나오는 원유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 하여튼 WTI가 뭔지는 잘 알겠고 문제는 이번주에 이놈의 가격이 0원이 아니라 마이너스를 찍었다는 겁니다. 아게 엄청난 일인게 원유의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면 그게 무슨 뜻이나면, 

 

내가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주유하면 돈을 준다! 

 

이런 개념이거든요?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평상시에 기름을 생각하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기름은 곧 자산이고, 매우 가치있는 자산입니다. 이 세상에서 산유국이 가지는 국제적 지위가 어느정도인지를 생각해보면 기름이 얼마나 가치있는 자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일단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기름의 양이 얼마겠어요. 원래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하루 1억 배럴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에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국제유가 18년만에 최저… 배럴당 20달러선 무너져

국제 유가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배럴당 20달러(약 2만4500원) 선이 무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유가 하락…

www.donga.com

1억 배럴이면요. 1배럴이 약 159L거든요. 

 

15,900,000,000L 약 159억리터의 기름이 소비됩니다. 

 

이렇게 꾸준한 수요가 있는 상품도 찾기 드물어요. 솔직히 말해서 금융상품의 대표적인 금이나 은 같은 상품들도 원유만큼 소비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끄시는 분이라면 하루에도 거진 1L이상의 원유를 소비하실텐데, 이렇게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원유의 가격이 마이너스라는 것이 말이 안되지요. 

 

그런데 우선 거의 20년만에 원유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긴 했네요. 국제에너지기구가 준 수치에 의하면 벌써 소비량이 2019년 대비 2900만 배럴이나 줄었다고 합니다. 

 

뭐, 수요가 줄면 당연히 가격이 주는 것은 시장원리에 의해서 당연한 것이긴 한데요. 마이너스는 아니죠. 

 

그러면 WTI 가격은 왜 마이너스가 되었을까? 

 

WTI turns negative, world stares at recession

The oil market is currently facing a situation called contango, wherein spot prices are lower than futures contracts.The cost of the Indian basket of crude, which represents the average of Oman, Dubai and Brent crude, was $20.56 a barrel on 17 April

www.livemint.com

liveMint의 기사를 발췌한 부분들을 보면 좀 더 쉽게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LiveMint의 Utpal Bhaskar는 WTI 원유 가격이 음수가 된 데에 몇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 Demand erosion due to the coronavirus pandemic
  • The US running out of storage space
  • Technicality wherein May futures contracts are set to expire today

번역을 해보면:

 

  •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수요가 급격히 하락한 부분(아까 이 부분은 저희가 같이 이야기 나눈 부분이죠?)
  • 원유 저장고 부족현상에 의해서 원유를 보관할 곳이 부족.(저장 공간이 부족하니까 돈 줄테니 가져가..)  
  • 5월물이 만기가 됨에따라 생긴 기술적 현상. 

등이 겹쳐서 사상 최초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WTI가격이 마이너스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돈을 받고 기름을 사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죠. 여전히 기름값은 존재합니다. 만약 기름값이 0원이 된다고 해도 우리는 돈을 내야할지 몰라요. 각 국가마다 유류세라는 것을 걷거든요. 유류세는 말 그대로 기름을 주유할 때 붇는 세금입니다. 

 

실제로, 

 

높은 유류세 비중 탓에 휘발유값은 찔끔 하락…정유업계 "세금 인하를"

높은 유류세 비중 탓에 휘발유값은 찔끔 하락…정유업계 "세금 인하를", 이선아 기자, 경제

www.hankyung.com

유류세 비중이 높으면 원유가 떨어져도 우리가 실질적으로 주유하는 기름의 가격은 변동이 크게 없을수도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당장 주유소에 가셔도 1300원하던 휘발유가 하루 아침에 900원이 되는 현상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아쉬워요. 유가가 떨어져서 경제가 힘들면 휘발유 가격이라도 떨어져서 기름값 부담이라도 덜해지면 좋겠는데 말이죠. 

 

사실 이러한 모든 것들보다 제가 두려워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마이너스 유가는 더 이상 세상이 합리적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제가 아까도 언급을 드렸지만, 내재가치가 있는, 또한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수요가 보장된 상품의 가격이 0원에 수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특히 원유는 달러처럼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고정적인 수요가 존재하기 떄문에 늘 일정 가격 이상을 형성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재고는 줄어들기에 가격이 올라가야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는 그 합리성을 제대로 벗어난 사태죠. 

 

이 것은 비합리적 세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이제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건 사실 굉장히 무서운 사실이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