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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소회

네 저는 <투 핫>을 보고 코로나 사태를 떠올린 미친놈 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 핫>. 미국에선 <Too Hot To Handle>로, <하트시그널>의 19금 버전? 정도로 생각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 이유도 그런 불건전한(?) 것이었다. 

 

그런데 왠걸? 보면 볼 수록 뭔가 생각이 깊어진다. 단순히 Killing Time용으로 보기 시작한 컨텐츠가 나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역시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단순히 멋지고 섹시한 남녀가 모여서 짐승처럼 뒹구는 컨텐츠를 만들리 없었다. 

 

우선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 프로그램의 룰을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섹시한 남자와 여자 10명이 모여서 이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이 되는 시간동안 같이 합숙을 하고(이건 하트시그널과 똑같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는 출연진 모두가 10만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1.2억)를 나눠 갖게되지만, 키스를 비롯한 성행위와 유사 성행위를 하게 되면 원래 받기로 한 10만달러에서 금액이 차감되는 패널티를 갖게된다. 

 

왜 이런 미친짓을 하느냐? 

 

프로그램의 목적은, 진정으로 성숙하고 진중한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데에 있다. 요즘엔 사람의 관계가 전부 다 목적 지향적이지 않나. 그런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우정, 의리 따위를 느끼며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출연진들 피지컬이.. 말도 안된다. 

출연진들도 보면 되게 흥미로운게, 다 나름 일상에선 제법 몸 좀 놀리던 사람들이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데다 말도 너무 잘 하고 끼도 잘 부린다. 또 어떤 남자는 매일마다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고 고백할 정도이니 평상시에 얼마나 목적 지향적인 관계들만 만나왔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방탕한 삶을 살아오고, 섹스와 원나잇은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이들을 모아놓고 진정한 사랑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한다는 방송의 취지가 너무나도 발칙하지만 너무나도 의미가 있는거 같았다. 

 

 

아, 또 중간에 룰이 추가가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린라이트 가 바로 그것이다. 출연진들이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알아가면 손목시계에 그린라이트가 울리고 그러면 그 그린라이트 가 시계에 떠 있을 시간 동안엔 키스를 비롯한 유사 성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출연진들이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정한 것이라고 보면 쉽다. 

 

개인의 욕망과 공익(Public Good) 그 사이에서 저울질 하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참 재미있는게 출연진들이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섹스를 목적으로 뭉친 세상에서 가장 핫한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계의 의미를 찾아간다.

 

서로에게 머드를 발라주고,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적은뒤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서로를 안아준다. 

경쟁자의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기도 하며, 서로를 위해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을 거칠수록 개인의 욕망에 지배됐던 이들이 상대방을 위하기도 하며 나를 제외한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의 욕망을 참아내며 자기절제를 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 우정 관계를 쌓아가는 데이비드(왼쪽)와 샤론(오른쪽)

데이비드와 샤론의 예시가 가장 흥미로운 예인데. 데이비드와 샤론은 한 여자(론다)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된다. 가장 잘 통하고,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이 너무 잘 통했던 것일까. 좋아하게 되는 여자도 같다. 원래 샤론이 먼저 론다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다가, 샤론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론다와 거리를 두자 그 빈 자리에 데이비드가 비집고 들어가게 되고 결국 데이비드와 샤론의 관계가 서먹해지는데. 데이비드는 샤론과의 관계를 위해서 샤론에게 오히려 개인적인 사정을 극복하고 론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여자보다 우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샤론과 론다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중에 스킨십을 하기 쉬운 상황들이 벌어짐에도 출연진 10명을 위해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두가 감동한다. 

 

몸매 끝내주는 프란체스카(왼쪽)과 남자가 봐도 매력적인 해리(오른쪽) 

1화부터 서로 키스 공세를 해서 10명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던 프란체스카와 해리도. 마지막에 이들이 스킨십 없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 상금을 다시 되돌려준다는 말에 자기절제를 하고 모두에게 상금을 회복시켜 준다. 처음엔 절제 없는 행동에 민폐를 끼친 것과 대조되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성적인 욕망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에 정을 쌓은 나머지 멤버들의 상금을 선택하게 된다. 

 

난 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코로나 사태를 떠올렸나. 

 

코로나 19- 공동체와 개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꾸는 것은 경제 뿐만이 아닌거 같다. 이런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한 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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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글에도 적었지만.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같은 경우는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그런 부주의들의 배경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타인과 몸을 섞고싶은 성적 욕망을 비롯해서, 돈을 더 벌고 싶다는 경제적 욕망. 결국 전염병이 창궐하고 아직까지 종식되지 못한 이 시간동안 우리는 지켜야하는 룰을 지키지 못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경제적인 패널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태원에 놀러간 확진자 한 명의 부주의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경제적 타격을 가했겠는가. 이는 <투 핫>에서 단순히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출연진 모두의 상금을 차감시키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점이 있다면, <투 핫>의 출연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자신의 개인적 욕망보다 공공의 이익을 자발적으로 더 가치롭게 생각한다는 것이었고. 우리나라의 구성원은 아직까지도 개인적 욕망이 공익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인간다움에 대해서 사유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게 무얼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 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도 그저 욕망에 이끌리는 존재일 뿐. 짐승과 다를게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는 절제할 수 있다. 욕망도 있지만 때론 이 보다 더 강한 무언가가 우리의 욕망을 컨트롤 하기도 한다. 

 

욕망이 있는 것은 여타 다른 동물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우리는 이 욕망을 때때로 이성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 

 

또한 이성이 아니더라도 더 진지한 관계, 더 의미있는 관계를 통해서 본능들을 절제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살아간다. 

 

<투 핫>을 보면서 그동안 인간다움에 대해서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그러한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현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게 된다. 나는 자기절제(Self-restraint)가 가능한 사람인가? 지금 이 사회는 자기절제가 가능한 사회인가?

 

어쩌면 우리는 <투 핫> 출연진들 보다 훨씬 덜 성숙한 인간일 수도 있겠다.